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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리그]당신의 냄새

"You smell good" 클로이스



"정말로 무슨 냄새가 나요? 아니면 비유적인 표현이에요?"


데일리 플래닛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날, 클락 켄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앉아 있는 로이스 쪽으로 조금 몸을 숙인 탓에 그의 목에 걸린 프레스 패스가 달랑거렸다.


로이스는 천신만고 끝에 어느 정부기관의 내부 자료를 손에 넣은 참이었고, 그것들을 꼼꼼히 대조해 본 결과 '특종 냄새가 나' 하고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것이었다. 딱히 클락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클락은 집중만 하면 데일리 플래닛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로이스에게 집중력의 일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특종 냄새가 난다는 말은 로이스의 직업상 입버릇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진짜로 냄새가 나느냐는 어리숙한 질문은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로이스는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눌러 참았다.


클락이 그런 질문을 진지하게 한 것은 캔자스 시골에서 갓 도시로 올라온 순진한 청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아주 먼 우주에서 날아온 불가사의한 존재이며, 보통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온갖 초감각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 자신이 예외적이고도 황당한 존재인 만큼 클락은 로이스가 가진 기자로서의 초감각도 쉽게 믿을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것이다. 클락만큼 온갖 기상천외한 일에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어떤 냄새가 나는데요?"


클락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고, 로이스는 펜 끝으로 입가를 톡톡 두드렸다.


"사건마다 다르죠. 특종이라고 모두 다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면?"


호기심 많은 강아지처럼 클락은 눈을 반짝였다. 처음에 로이스는 말수가 적은 이 청년이 기자라는 직업과 어울릴지에 대해 조금 회의적이었다. 환영받지 못할 장소에 가서 넉살 좋게 쑤석거리면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건져올릴 수 있을까? 아주 강력한 힘과 온갖 능력을 지닌 클락이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민감한 주제에 대해 마음과 입을 열게 할 재능도 있을까?


그러나 곧, 로이스는 클락에게 아주 커다란 호기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싶은 뿌리깊은 갈망이 그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클락에게는 사회에 간절히 받아들여지고 싶어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정말 자신이 이곳에 있어도 되는지 평생 동안 의구심을 가졌던 사람 특유의 객관적인 시선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밑바닥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다.


클락도 나름대로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 거야.


"누군가가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힐 만큼 선한 일을 하면, 그런 따뜻한 소식에선 기분 좋은 생강 쿠키 같은 냄새가 나요."


그 말을 하는 동안 로이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는 없었을 테지만, 단지 로이스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클락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로이스는 지난 주말, 클락이 어린이 병원 창문 밖에 나타나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걷지 못하는 소녀와 공중에서 춤을 추었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진작 밝혀졌어야 하는 진실이 불순한 압력에 의해 묻혀 있었을 때는, 꼭 누가 파내 주길 바라는 것 같은 묵은 내가 나죠."


로이스는 책상 위에 쌓인 문서들을 손으로 토닥였다. 클락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잽싸게 덮어 두기는 했지만 -아무리 클락을 개인적으로 좋아해도 공과 사는 구별해야 했다- 클락은 마음만 먹으면 안에 든 문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함부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사를 표시한 이상 클락은 볼 수 있어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스는 믿었다.


"정재계 비리 소식이나 돈 때문에 저지른 범죄는 정말 더러운 썩은내가 나요. 제대로 취재해서 청소하지 못하면 오랫동안 그 나쁜 냄새가 가시질 않죠. 획기적인 발견이나 발명, 새로 세운 기록처럼 신나는 소식은 적당히 자극적인, 톡 쏘는 냄새가 나고요. 그리고 당신을 처음 봤을 때는......"


로이스는 문득 말을 멈추고, 아주 차가운 공기가 후세포를 반쯤 마비시켰던 그 밤을 기억했다. 콧속이 얼얼하도록 기온이 낮았는데도,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우주선 안에 들어갔을 때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평생 단 한 번도 맡아 본 적 없는 이질적인 냄새가 났었다.


그 때 로이스는 투탕카멘의 무덤을 처음으로 연 고고학자들(의 탈을 쓴 도굴꾼들)이 맡은 냄새가 꼭 그랬을까 생각했다. 아주 오래 고여 있던 공기는 썩은 것이나 나쁜 세균, 혹은 오래 전 이곳에 있던 미지의 존재가 풀어 둔 독극물이 섞인 게 아닌지 걱정스러울 만큼 불길한 냄새를 풍겼다. 어쩌면 무엄하게도 건드리면 안 될 비밀을 들춰낸 죄로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스는 그 은근한 냄새를 거부할 수 없었다. 누구도 푼 적 없는 비밀의 냄새, 궁극적인 질문의 냄새. 위험하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냄새였다. 그래서 로이스는 망설이지 않고 크립톤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채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 어렴풋이 짐작했던 대로 우주선을 지키던 기계장치가 은밀하게 다가와  공격을 감행했다. 마치 트럭에 부딪친 것처럼 충격이 느껴졌고 로이스는 불로 지진 것 같은 옆구리를 감싼 채 차가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두렵고 소름끼치는 순간이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전장의 군인이 갑작스러운 위급 사태를 의연하게 받아들이듯이. 달갑지는 않지만 예상밖의 일도 아닌, 기자 로이스 레인에게 응당 어울리는 죽음이다. 로이스는 그래도 살기 위해 애를 썼다. 추위와 고통으로 굳은 몸을 있는 힘껏 움직이며 다음 공격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다. 비록 소용없는 일일지라도 로이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볼품없는 노력이라도 할 것이다. 그게 로이스 레인이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크립톤의 기계장치는 소름끼치는 긴 팔을 들어 다시 한 번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준비를 했다. 그것을 똑바로 올려다보면서,

정말 죽는구나, 하고 생각하던 그 때였어.


"나를 처음 봤을 때는요?"


클락은 안경알 너머의 눈을 빛내며 재촉했다. 음침한 죽음의 장막이 드리워지려는 그 순간, 세상에 둘도 없이 아주 특별한 냄새를, 도저히 잊을 수 없는 향기로운 냄새를, 아주 먼 우주의 신비한 냄새를 맡았다는 말을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클락이 처음 로이스 앞에 나타났을 때, 로이스는 정말로 차가운 바람결에 어떤  냄새를 맡았다. 그 춥고 무섭고 다급한 와중에도 갑자기......


"따끈따끈하게 갓 구운 옥수수 냄새가 났어요."

"엥."


클락은 당황했다. 로이스가 희한한 농담을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얼굴이었다.


"정말이에요? 아니면 내가 또 무슨 메트로폴리스 식 농담을 못 알아듣고 있는 거예요?"


놀림을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하는 캔자스 청년. 하지만 전혀 기분 상한 기색은 아닌 것이, 로이스라면 놀리더라도 악의가 있는 놀림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 눈치였다. 생전 처음 해 봐서 룰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아주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 클락은 로이스와 있으면 꼭 그런 기분이라고 말했었다.


"알이 굵고 탱탱한.... 잘 익은 최상급 옥수수를 훌륭한 요리사가 버터 발라 구운 것 같은 냄새가 났다고요. 군침이 돌았죠. 난 내가 너무 크게 다쳐서 죽어가느라 뇌가 이상해진 줄 알았어요."


로이스는 클락의 옷깃을 다정하게 쥐어서 살짝 더 끌어당겼다.


"나중에 캔자스의 당신 집을 향해 차를 몰면서 창문을 열고 바깥 바람을 쐬었을 때 깨달았죠. 왜 그런 냄새가 나는지. 아직도 나요."


"정말이에요?"


클락은 그날만도 십수번째 정말인지 물었다. 로이스는 재빨리 좌우를 살펴서 목소리가 우렁우렁한 편집장이 쳐다보고 있지 않는지 확인한 후, 애매한 대답과 함께 클락에게 재빨리 입을 맞추었다. 글쎄요, 맛도 버터구이 옥수수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클락에게서는 아주 먼 우주의 낯설고 신비로운 냄새와 함께, 누구에게나 익숙한 고소한 농작물의 냄새가 났다. 로이스가 정말로 좋아하는 냄새였다. 언제까지나 내키는대로 맡을 수 있는 냄새일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나 빨리, 모든 것이 변했다.


캔자스의 옥수수도 모두 죽어 버린 겨울날 로이스는 클락을 고향의 땅 밑에 묻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후로 클락의 빈 자리에서는 언제나 그 무서운 밤에 고담의 폐허에서 맡았던 미지근한 금속성의 비린내가 났다. 금방 흘린 피, 아주 많은 피, 밖으로 흘러나와 냄새를 풍겨서는 안 되는 양의 피.


"내 피도 사람 피와 똑같은 냄새가 나더군요. 조드 장군의 우주선에서 처음 알았어요. 괴롭고 아프고 내 운명과 당신과 지구가 걱정되는 와중에도 그 냄새 때문에 조금 안심되었다면 믿겠어요? 내 피도 붉은 색이고, 다른 사람들 피와 똑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어요."


클락은 언젠가 그렇게 말했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만 해도 로이스는 그 사실이 이토록 자신을 괴롭히게 될 거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었다. 클락에게도 붉은 피가 흐른다는 것. 그 피를 너무 많이 흘리면 제아무리 지구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고 해도 살 수 없다는 것이.


로이스는 한때 자랑스럽게 빛나던 엘 가문의 문장, 이제는 찢겨지고 피에 젖은 희망의 표식을 애처롭게 쓰다듬던 감각을 기억했다. 콧속을 찌르던, 전쟁터에서도 그만큼 생생하게는 맡아 본 일이 없던 무시무시한 피냄새도 기억했다. 너무 강한 냄새를 맡고 나면 후각은 마비된다. 이후로 로이스는 다른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샤워 중에도, 향수를 뿌려도, 취재를 나가도, 차가운 잠자리에 홀로 누울 때도 로이스의 머릿속에는 피비린내가 들러붙어 가시지를 않았다. 클락이 풍기던 따뜻한 옥수수 냄새가 어땠는지, 온갖 기삿거리들이 제각각 어떤 특이한 냄새를 풍겼는지 로이스는 모두 잊었다.


어느날의 퇴근길, 이제는 혼자 지내는 아파트 앞에 처음 보는 낯선 차가 와서 서는 순간에도 클락의 피냄새는 로이스의 곁에 머물러 있었다. 소름끼치는 냄새지만 그조차 나지 않으면 로이스는 더욱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클락을 잊는 것이야말로 로이스에게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리라. 어쩌면 그 냄새를 필사적으로 붙잡아 두는 것은 로이스 자신일지도 몰랐다.


로이스가 걷고 있던 보도 옆에 바짝 붙어선 차의 창문이 내려가자, 흔해 빠진 평범한 차 안에서 누구라도 알아볼 만한 얼굴이 나타났다. 클락이 죽던 밤 이후 처음 보는 얼굴이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것을 겪어낸, 폭풍에 닦여 나간 바위 같은  얼굴이 로이스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로이스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던 당당한 태도는 사라졌다. 그는 로이스로부터 약간 비껴나간 허공 어디쯤을 쳐다보며 어색한 인삿말을 건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당신이 흥미있어 할 만한 새소식이 전혀 없어요."


로이스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브루스 웨인은 타고 있는 평범한 자동차만큼이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쩐지 두려워하는, 불벼락이 내릴까 봐 움츠러들기라도 한 것 같은 태도로 그는 겸손하게 말했다.


"아뇨, 오히려 내가 가져온 소식을 당신이 좋아했으면 좋겠군요."


예전 같으면 웨인 사의 총수 브루스 웨인, 또는 고담의 배트맨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 듣는 순간 심장 박동이 뛰어오르면서 특종의 냄새를 맡았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회장님께서 무슨 제보를 하시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범죄와 음모에 대한 기사는 쓰지 않아요. 당분간은. 다른 기자를 찾으세요."


전지구적인 규모의 범죄와 음모에 희생당한 남자를 아직도 애도하고 있는 로이스 레인은 냉정하게 돌아설 참이었고, 브루스는 그렇게 되기 전에 재빨리 말을 이었다. 로이스로 하여금 일단 차에 타서 대화를 나눌 마음이  들게 하는 데 충분한 말을.


"클락을 되찾을 방법이 있어요."


허튼 소리라고는 하는 법이 없는 브루스 웨인은 테미스키라의 전사와 일곱 바다의 지배자를 설득했듯이 로이스를 설득하려 들었다. 그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정말로 가능성이 있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자마자 로이스는 아주 오랜만에, 식어 있던 심장에 불이 붙는 것을 느꼈다. 정당한 분노였다.


"당신은 언제나 제멋대로였죠. 멋대로 클락이 세상에 해악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당신이 장담했던 대로 클락의 피를 봤어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나요? 이젠 또 당신 멋대로 세상을 위해 클락이 다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로이스는 울지 않았다.


"클락은 잠을 잘 자지 못했어요. 꿈 속에서 그가 무엇을 보고 듣기에 그러는지 나도 차마 물을 수가 없었죠. 그러던 클락이 이제 겨우 깨지 않을 잠이 들었어요. 그 잠을 깨워야만 지킬 수 있는 세상이라면, 글쎄요, 이제는 어쩌면 끝나도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 앞에서만큼은 핑계를 대지 않겠어요."


브루스 웨인은 말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로이스의 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채였다.


"당신 말대로입니다. 나는 언제나 제멋대로인 이기적인 인간이었죠. 세상을 구하고 대량학살을 막고 싶은 것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나는 내 손에 묻은 클락의 피를 씻고 싶어요."


감히 로이스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대신, 브루스는 운전대를 꽉 쥐고  있던 손을 떼어내어 내려다보았다. 커다랗고 굳은살이 많은 두터운 손이지만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는 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손에서 다른 사람은 볼 수 없고 오직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지울 수 없는 핏자국을 본다.


로이스가 닦아낸 지 오래된 피냄새를 아직도 생생하게 맡듯이.


"당신의 허락을 얻어서 내 책임을 덜려는 것은 아닙니다."


브루스는 말했다.


"만약 이로 인해 나쁜 일이 벌어진다면 모두 온전히 내 책임이에요. 다만 당신에게는 미리 알 권리가, 내게는 당신에게 말해야만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이스는 브루스 웨인의 차가 고담 방향을 향해 사라진 후, 한때 클락과 함께 살았던 집 앞의 길 위에 오래도록 혼자 서서 세상과, 마사와, 그리고 클락을 생각했다. 클락이 무엇을 원할 것인지를.


그래서 로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프레드 페니워스가 나타났을 때 조금도 놀라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클락은 결국 살아 있기를 원할 것이다. 로이스와 마사와 세상이 안전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것이 로이스가 아는 클락 켄트였다. 비록 너무 깊은 잠의 끝에 잠시 혼란을 느낄지라도 클락은 금세 회복할 것이다. 로이스는 언제나 클락을 믿었고 클락은 그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었으므로, 클락이 그녀를 데리고 날아올랐을 때도 로이스는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여기로 왔구나."


지금은 주인이 떠나 버린 캔자스의 낡은 집 앞에서 로이스는 말했다.


"우리 집이잖아."


클락은 어김없이,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가 듣기 바라는 말을 해 주었고, 로이스는 이것도 결국 좀 더 그럴듯할 뿐인 꿈 속이 아닌가 반신반의 했다. 진짜라고 여기기에는 너무 좋았으니까. 넓게 펼쳐진 옥수수밭, 석양의 따스한 햇살, 무엇보다 그녀를 바라보는 클락의 눈이 로이스를 위해 잘 만들어진 꿈 속 같다. 지난 몇 달 동안 로이스는 완벽한 꿈 속까지 무자비하게 뻗어오는 날카로운 피비린내를 맡으며 어두운 침실에서 혼자 눈을 뜨곤 했다. 그래서 여전히 두려운 기분으로 로이스는 숨을 있는 힘껏 크게 들이쉬었고,


"당신 냄새가 정말 좋아."


그리고 오랜만에, 그리운 옥수수 냄새가 가득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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