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 언급된 그 무엇도 실존하는 사건이나 인물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가상의 나라에서 열린 가상의 올림픽. ※ 이 정도까진 전체공개도 괜찮다고 보지만 하편까지 쓰면(써야 말이지만) 19금일 텐데... 어렵다 멀다 19금의 길 "냐아옹." 나폴레옹 솔로는 야릇한 소리를 냈다. 일리야의 귓가에 입술이 닿을락 말락 스치도록 바싹 붙이고서. 축축하고 따...
식당 문이 열리더니 한 줄기 바깥 바람이 들어왔다. 그 바람에 무언가 특이한 점이라도 있는지, 식당 안 사람들의 주의가 하나 둘 문간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쟁반 위에 접시를 쌓아올리던 웨이터가 문 쪽을 힐끗 보더니 문득 동작을 멈추었다. 막 식사를 마친 손님도 감탄의 기색을 담아 입을 조금 벌렸고, 그 맞은편에 있던 일행은 무슨 일인가 싶어 몸을 돌려가며 ...
"잘 했어, 존스." 트럭 화물칸에 내려선 나폴레옹 솔로는 배불리 처먹은 뚱뚱한 고양이 같은 얼굴로 말했다. 존스가 트럭을 정확한 순간에 적당한 거리만큼 후진시켜, 적국의 비밀요원을 훌륭히 지뢰밭에 떨구었기 때문에 하는 칭찬이다. 나폴레옹 솔로는 벌써 CIA에서의 필드 경험이 5년에 달하는 요원이었는데 경력이 아주 특이했다.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일찍부터 입...
"정말로 무슨 냄새가 나요? 아니면 비유적인 표현이에요?" 데일리 플래닛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날, 클락 켄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앉아 있는 로이스 쪽으로 조금 몸을 숙인 탓에 그의 목에 걸린 프레스 패스가 달랑거렸다. 로이스는 천신만고 끝에 어느 정부기관의 내부 자료를 손에 넣은 참이었고, 그것들을 꼼꼼히 대조해 본 결과 '특종 ...
1980년대 후반이 될 때까지 스몰빌에는 제대로 된 영화관이 하나도 없었다. 케네디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자동차 극장이 전부였는데, 스크린은 커다란 나무 판자에 흰 페인트칠을 한 것이었고 음향을 송출하는 주파수도 희미해서 카 오디오로 열심히 잡아 보아도 언제나 잡음이 끼어들었다. 최신작을 들여올 예산도 없어서 항상 개봉한 지 한참 지난 영화들만 상영...
어둑어둑한 발 밑으로 후다닥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로이스는 소스라쳤지만, 계단참을 밝히는 창이 오래되고 때가 끼어 햇빛이 온전히 들어오지 않는 탓에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굴러다니는 먼지덩어리 같은 게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라는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다. 잿빛 털이 마구잡이로 엉켜 있고 꼬리가 긴 쥐일까? 다리가 여섯 달리고 번쩍이는 ...
그 순간 나폴레옹 솔로에게는 아무런 목적도 없었다. 누구를 속이려는 것도 유혹하려는 것도 아니고, 허세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진짜 감정이나 의도를 감추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도저히 참을 수도 없고 참을 이유도 없다는 듯, 아무런 꾸밈 없이 저절로 터진 웃음이었다. 평소처럼 잘 계산된 미소를 은근히 짓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터뜨렸다'는 표현이 꼭...
※ 짐 카비젤(몬테 크리스토 역), 가이 피어스(페르낭 몽데고 역) 주연 몬테 크리스토(200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기서 헨리 카빌은 15-16세의 알베르 몽데고 역이었는데... 영화 중 결정적인 장면에서 메르세데스가 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네요. 이제 열여섯 살이 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은 알베르 몽데고의 꾹 다물어진...
"안 돼, 일리야." 솔로는 다정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마치 지나치게 흥분해서 꼬리를 치며 뛰어오르는 애견을 진정시킬 때 쓸 것 같은 투였다. 솔로는 개를 기른 적이 있을까? 아니면 고양이를 더 좋아할까? 어울리기는 고양이가 더 어울리지만, 폴짝 폴짝 뛰어오르는 커다란 개를 귀엽게 여기면서도 곤혹스러워하는 솔로의 모습도 보고 싶다. 요즘 ...
대체 어디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나? 지금 이 순간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일리야의 공식적인 대답은 이렇다. 정보원과의 접촉을 위해 잠입했던 파티에서, 이 나라의 부패한 실세가 총을 네 발 맞고 피를 뿜기 시작한 때부터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사실만을 전하는 일리야의 옆에서 솔로는 또 발뺌부터 하려고 들 것이 뻔했다. "우리 잘못은 아닙니다. 그런 초호화 ...
갓 튀긴 팝콘이 담긴 커다란 플라스틱 그릇을 안고 로이스가 돌아왔을 때, 아주 먼 곳에서 온 손님은 어둑어둑한 로이스의 거실에 느긋하게 앉아 텔레비전을 쳐다보고 있었다. 화면에서 너울너울 흘러나온 빛이 공간을 부옇게 채우고 그의 옆얼굴에 더욱 극적인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기묘하게도 이 세상의 기준에 어긋남이 없도록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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