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어 쓸 생각이 없었는데 이 때 마침 #달이_떴다로_시작하는_글쓰기 태그가 트위터 트렌드로 돌았기 때문에 갑자기 생각나서 썼던 것입니다. 달이 떴다. 달빛을 방해할 만한 인공 조명이 적은 스몰빌에서는 더욱 기이할 정도로 크고 밝아 보이는 보름달이었다. 마사 켄트는 이 날도 한참이나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든 참이었다. 겨울로 접어든 공기는 차가웠고 마사의...
존 던스 스코터스는 중세 스코틀랜드의 뛰어난 스콜라 철학자였다. 프란치스코 회 소속의 사제였으며, 대범하게도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에 정면으로 반대하여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브루스 웨인은 언제나 스콜라 철학보다는 누군가의 죽음에 더 관심이 있었다. 오래 전 아직 나이 어리던 그의 꿈 속에 가끔 나타나 밤잠을 설치게 했던 것도 이 학자의 삶이 아니라 죽음이...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클락 켄트의 신체 기능은 최소한 심각하게 문제 있는 정도는 면한 상태가 되었다. 후하게 봐 줬을 때는 가까스로 정상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회복이다. 문제는 그 "정상 범주"가 지구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숨 쉬고, 먹고, 자고, 제때 일어나고, 집 안에서 살살 걸어다니는 등의 일은 그...
일리야가 이쪽저쪽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본 솔로는 눈치빠르게 짐작했다. 게으름 피운다고 발길로 걷어찰 만한 책임자들이 근처에 있는지 살피나 보군. 안전하다는 판단이 섰는지, 일리야는 빗자루를 한 손에 쥔 채로 솔로가 있는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같은 우리에 있는 작은 여우들이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의 기척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철창이...
올 봄에야 태어나서 아직 주둥이가 짧은 어린 여우들이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일제히 귀를 쫑긋거렸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차가운 초겨울 빗소리를 뚫고 두런거리는 목소리와 발자국 소리, 손수레 끄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곧 성질이 급한 녀석부터 하나 둘 흥분해서 폴짝 폴짝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토끼 고기를 물어 온 정성스런 부모들에게 그러듯이,...
거스러미가 잔뜩 일어난 나무 문을 옆으로 밀어 열자, 어둑어둑하게 가라앉은 안쪽 공기가 바깥과는 전혀 다른 냄새를 풍기며 일리야의 얼굴을 감쌌다. 한창 대낮이건만 제대로 된 창도 하나 없이 뿌연 백열등만 몇 개 켜진 엉성한 목재 건물 안에서는 야생 동물들 특유의 누린내가 잔뜩 풍긴다. 바깥보다 덜 춥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아늑한 환경이라 할 수는 없었...
맨프롬엉클 1주년 일리야솔로 합작에 냈던 "1초"의 이후(?)입니다. "1초"를 먼저...... 안 보셔도 별 상관은 없겠지만 보시려면 -> http://posty.pe/2qxu96 악문 잇속으로 신음을 삼키면서, 일리야는 끈끈하고 무서운 꿈에 호되게 걷어채여 쫓겨났다.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갔던 의식이 조각 조각 돌아오기 시작한다. 내내 버둥거리느라 ...
재앙은 시작할 때 그랬듯, 끝날 때도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러웠다. 후에 인류가 겪은 최초의 외계 침략일로 기록될 이날, 처음으로 아서의 주의를 끌어당긴 예사롭지 않은 현상은 인도양 어딘가에서 상당한 규모의 해양 생태계가 일순간에 사라진 일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소름끼치는 감각이었고, 일곱 대양을 손바닥처럼 익숙하게 여기는 아서도 도대체 무슨 일이 ...
캔자스 주의 위치타 공항에서 메트로폴리스 국제공항으로 가는 직항편은 일주일에 딱 한 번 뿐이었다. 그나마 좌석이 절반도 차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경기 침체가 여러 해 이어지는 동안 중역들의 회의에서 폐지가 진지하게 거론되는 노선 중 하나이다. 그렇게 되면 동부의 메트로폴리스-고담 시티를 잇는 대도시 권역에 볼 일이 있는 캔자스 중심부 거주민들은 조금 거리...
클락은 해가 갓 떠오를 무렵 대기권 최상층에서 내려다본 메트로폴리스가 어떤 모습인지 잘 알았다. 동쪽 저 편에서는 태양이 그날의 첫 햇빛을 보내고, 아직 지상의 도시는 얌전히 어둠에 싸여 있는 시간. 그림자가 진 땅 위에서 불빛은 조용히 반짝이고 이천만 시민들은 대부분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을 홀로 내려다 볼 때의 기분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
1. 나폴레옹 솔로는 양 손을 허리에 얹고 입에 작은 손전등을 문 채 고개를 갸웃 눕혔다. 손전등의 미약한 빛은 벽을 가득 채우고 늘어선 금고들을 한 눈에 비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오늘 나폴레옹이 열려는 금고는 단 하나뿐이니까 상관 없었다. 나폴레옹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몸 전체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가득 차는 걸 느꼈다. 몇 년 만에 ...
일리야 쿠리야킨은 내내 여러 동물에 비유당하는 것에 익숙했다. 그 중 어느 별명도 자기 입으로 순순히 인정하는 일은 없겠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토끼' 라고 다정하게 불릴 때마다 짐짓 질색하는 시늉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일리야의 인생에서 사라지고, 어머니가 너무 지쳐 버려 더 이상 달콤한 말을 입에 담을 여력이 없어질 때까지.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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